전세계가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하나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를 내세워 단기적인 처방에만 급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불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해결의 의지가 있기나 한건지 의심스러워질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마음이 불안한 일반인들은 나름의 경로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지식으로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를 삼아 이러저러한 해결책과 불만을 토로하지만 허공에 흩어질뿐입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위드블로그에서 전달받은 '불황의 메커니즘'이라는 책입니다. 몇번 위드블로그를 통하여 경제서를 읽어 왔지만 이 책만큼 이해도를 높이기에 안간힘을 썼던 기억은 없을만큼 일반인의 수준에서는 조금 어려웠던 것같습니다.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한번도 정식으로 경제공부를 해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난해할 정도는 아니지만 전문적인 용어와 해설이 자주 등장하는 바람에 읽는 속도도 느렸지만 많은 도표덕에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어쨋든 쉽게 덤벼들었지만 몇번 더 읽어 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만큼 이해도에선 아쉬운 마음이 드는군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에서 시작한 불황은 경제학자들의 논란으로 미래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기만 할 뿐 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1970년대부터 시장을 좌지우지해 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상이 바뀔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잊혀져 가나 싶었지만 다시 부활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ynard Keynes>가 있습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케인스가 명성을 얻게 된 동기는 1930년대에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정치가와 경제학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을때 내놓은 해결책때문이었습니다.

정부가 경제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황을 회복하리라고 믿었던 기존의 정통적인 경제이론들, 다시말하자면 실업자들은 보다 낮은 임금으로라도 기꺼이 일하려고만 한다면 언제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기업가는 상품의 가격을 저하시키는 동일한 전략으로 자신의 판매고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취약한 기업 중 일부는 불가피하게 도산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집단이 경쟁적 조정의 원리를 받아들인다면 곧 경기가 회복되고 호황과 보다 높은 임금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부문에서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도리어 1932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승리를 거둠으로써 자유방임주의의 패배와 종식을 고하며 새로운 이론과 정책이 요구될 때에 케인스는 '고용·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이하 일반이론-에서 2가지 가장 중요한 이론을 내세워 수정자본주의의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번째는 실업에 관한 기존의 이론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불황시에 실업을 없앨 정도로 낮은 임금이란존재하지 않으므로 실업의 원인을 실업자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고, 두번째 주장은 실업과 불황의 원인에 대한 대안적인 설명으로 이것은 총수요 즉, 소비자·기업투자자 및 공공부문의 총지출을 핵심으로 하는데 총수요가 낮으면 판매와 고용이 감소하며 반대로 높으면 판매와 고용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 의한 유효수요 확보와 사회통합이라는 처방전은 크게 성공을 이루어 자본주의의 새로운 활력이 되었고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더불어 경제학의 3대 명전으로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일반이론'에서는 불황을 설명하는 몇가지의 서로 다른 이론들이 뒤섞여 있어서 아직까지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 책의 핵심이론은 유효수요 이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미스 이래의 150년간 신봉되어 오던 자유방임주의를 추방하고 정부의 개입주의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의 명성과는 달리 '일반이론'에서 보여준 그의 이론은 난해하고 결함도 옅보였습니다. 그래서 오해를 받기도하고 왜곡되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대표적인 케인스주의자이며 '불황의 메커니즘'의 저자인 오노 요시야스는 '일반이론'의 핵심을 정리하여 대중들에게 케인스의 철학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작금의 경제불황의 탈출로를 제시하려 한 것같습니다.

1970년대를 기점으로 신자유주의가 대두되면서 역사의 뒤켠에서 머물러 있던 케인스주의는 지금의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하여 새로이 각광을 받으며 부활하였고 위기의 재발과 해법을 위하여 케인스에게서 해답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더해져 '불황의 메커니즘'은 일본의 1990년대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불황타개에 큰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일본에서 나타난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일본이 실패라고 인정한 부분들 지금의 우리정부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니, 그렇습니다. 자유·경쟁·효율 등의 이름으로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 작은 정부, 금융등을 강조하는 이명박정부는 실패한 경제철학인 신자유주의를 답습하며 속은 계속 썩어 들어가고 있지만 겉은 화려한 외형만을 고집하고 있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케인스가 모두 옳다는 건 아닙니다. 케인스의 이론은 단기적인 처방일 뿐이라는 후대의 평가는 어떻게 보면 약점일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 접어들어 세계경제에 인플레가 만연하고 성장동력의 침체 등으로 케인스 이론은 보수파의 격렬한 공격을 받아 빛을 잃고 맙니다. 사실, 임금의 하향경직성이 있는 제도 하에서 정부투자로 완전고용을 달성하자는 케인스 정책은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을 수 없었죠.

하지만 오노 요시야스가 친절하게 풀어놓은 '불황의 메커니즘'을 읽으면서 한가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짧은 저의 식견으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얼마전 읽었던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올라온 조순(서울대 명예교수)씨의 글이 생각나 이 곳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신(新) 케인스 주의'의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런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금융부문의 활성화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합리적인 실물부문의 부활을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번의 위기는 유효수요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 깔려 있는 '불균형' 때문이었다. 유효수요는 돈을 뿌림으로써 완화되지만, 구조의 불균형은 돈을 뿌린다고 해소될 수는 없다.

어떤 불균형을 말하는가. 여기서 상론할 수는 없으나, 그 몇 가지를 든다면, 거시적으로는, 금융부문의 과잉비대와 실물부문의 과잉수척(瘦瘠), 과다소비와 과소저축, 경상수지와 정부수지의 적자 누적 등을 들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공공부문의 약화와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 부와 소득분배의 양극화를 들 수 있다. 기업차원에서는 CEO 및 고소득자에 대한 과잉 보수, 주가(株價)지상주의 기업경영 등의 폐해를 들 수 있다. 이 모든 불합리와 불균형을 시정하자면, 정부가 유능하다고 해도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실물부문의 고용확대가 이루어지자면, 산업보호가 강화되어야 하며, 산업보호가 강화되자면, 글로벌 경제의 이념이 완화되어야 한다. 자유방임과 고용확대, 자유방임과 분배의 양극화축소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이것이 글로벌경제의 딜레마이다.

1930년대의 케인스주의는 봉쇄경제와 어느 정도의 산업보호를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케인스가 『일반이론』에서 고용을 위해서는 고전학파보다는 중상주의가 더 났다는 것을 강조한 점에 유념해야 한다. 케인스는 자기와 같은 지성을 가진 엘리트가 경제를 관리해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믿고 있었다. 그는 자기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지성의 힘을 믿었다. 그는 자기의 지성을 과신했다고 나는 보지만, 어쨌든 그는 지성주의자였다.

케인스는 달러를 세계금융제도의 기축통화로 할 것이 아니라, 방코르(bancor)를 결제단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인스가 살아 있다면, 지금의 달러본위제도는 1차대전 후의 금본위제도와 같이 그 유용성이 사라졌다고 볼 것이다. 지난 날 미국경제는 달러본위 제도로 많은 덕을 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인의 절제의 상실을 촉진했고 끝내는 국제수지의 만성적인 적자를 장기화함으로써, 경제운영을 파탄에 몰아넣었다.

저자인 오노 요시야스의 말대로 케인스가 부활한다면 세계경제도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에 부닥치게 되면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케인스가 일반이론을 주장했던 시기와는 달리 지금의 경제는 그때보다 너무나 복잡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케인스의 중요성은 현재 상황에서는 경제학자나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복기해 보아야할 문제인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의 수정자본주의도 1970년대의 석유파동으로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실패하고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을 강화시키는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로 바뀐 적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 시장에 적합한 모델의 개발도 시급해 보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경제학 3대 명전중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케인스의 '일반이론'은 한번씩 체험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것도 장기적이고 확실한 해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를 받아 들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틀린 이론은 없습니다. 다만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에 맞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며 케인스의 철학에 전적으로 동의를 할 순 없지만 그의 '복지국가형 수정자본주의'의 이상에 대해서는 동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불황을 타계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실패를 예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생산의 효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빈곤을 추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공공복지제도를 확립하고, 투기자본의 국제 이동과 거대 금융기관들과 다국적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는 세계적 차원의 규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아! 이 대목에서는 現설치류 정부의 뇌수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불황의 메커니즘'에서 저자는 불황의 해법을 케인스주의로 상기시키고 설득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케인스건 스미스건 간에 그들이 보여준 이론은 그들이 살았던 여러 복합적인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기에 현재에 그대로 적용시키기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저의 관점으로 볼때에 저자가 케인스를 부활시키려는 노력 보다는 그의 정신을 부활시키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데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1990년대의 일본과 지금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비슷하다는데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고 장기적인 해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이 책을 통해 전해받으며 더불어 케인스 경제학에 대한 공부로 경제에 대한 식견을 좀 더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며, 여러분들도 어렵게 느낄 수도 있지만 차분히 읽어가며 불황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입니다.













Posted by 빨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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