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이렇게 시작하는 동화책을 기억하고 계시나요? 이젠 아스라히 잊혀져 가는 기억의 한 구석에서 억지로 끄집어 내어야 할 이야기들은 모두 그렇게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동화책은 아이들이 읽는 것이라고 치부하고 책장 한구석에서 먼지를 맞아가며 숨어있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립니다. 제 책장에서도 동화책을 찾아 보기가 힘들군요. 어린시절 부모님이 사 주셨던 동화전집은 몇번의 이사중에 쓰레기가 되어 몇권씩 한 묶음으로 고물상에 팔려 나간 기억이 납니다.

제가 어릴적에 동화책은 낱권으로 사기보다는 전집으로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전집은 읽혀 진다기보다 학생이 있는 집에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목록중의 하나였습니다. 요즘의 컴퓨터같았다고 하고싶네요. '설마'라구요? 지금도 댁에 아이가 있다면 책장에는 동화책이 가득 꽂혀 있을테고, 어쩌면 읽히지 않은 책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동화(童話)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하여 지은 이야기'라고 되어 있더군요. 이 말은 동화란 순수하고 꿈이 많은 시절을 위하여 어른들이 해 줄 수 있었던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어린시절 읽었던 많은 동화책들은 살아가면서 가장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것같습니다. 하지만 내용만이 남아 있을뿐이고 그때 꿈꾸었던 순수성은 지금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동심의 세계에서 가슴을 조리고, 통쾌해 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며 주인공과 함께가 되었던 기억들은 아쉽게도 지금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들로 대치되어 가고 있는 것같습니다. 꿈과 순수함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 또한 꿈과 순수함을 잊어가고 세상세태의 때가 온 몸에 엉겨가고 있을때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나온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이란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읽는 내내 아이가 되어버린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환타지적인 일러스트는 상상의 세계를 눈앞에서 펼쳐지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로 한장한장 책을 넘길때마다 환상의 공간이 만들어져 갔습니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는
** 눈의 여왕
** 인어 공주
** 나이팅게일
** 백조 왕자
** 장난감 병정
** 성냥팔이 소녀
여섯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두 우리에게 낯설지 않는 이야기로 예전에 한번쯤은 읽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여기에 자극적이지 않고 깨끗한 사랑이야기와 슬픈 이야기가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경제서적이나 자기계발서에서 성공의 신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시간낭비로 여겨질지도 모를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운동장을 시시덕거리며 뛰어 다니던 시절을 회상해 보면 꿈보다는 욕망으로 가득 찬 피폐해진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현재의 자신을 발견하고 마음이 씁쓸해 질 것입니다.

어른들을 위하여 다시 쓰여진 안데르센의 동화책은-뿐만아니라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명작’들 모두- 잊어 버렸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매개체가 되어 순수한 상상력으로 메마른 가슴에 단비를 촉촉히 뿌려주고 있습니다. 물질적 육체적 사랑에 익숙해져 가고 왠만한 슬픈 이야기에도 미동도 하지 않던 사람도 안데르센의 잔잔한 이야기안으로 빨려 들어가 감동을 받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릴적 읽던 안데르센의 동화가 아니라 어른의 눈높이에 맞추어 번역되었지만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는데에는 손색이 없습니다.

추억을 만날때 어른들의 마음은 가장 따뜻하고 너그러워집니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단순한 이야기꺼리가 아니라 우리들에게 어린시절 가졌던 생각과 마음을 돌아오게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어린이 동화에서 놓쳐 버렸던 의미를 어른이 된 지금의 생각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하기도 합니다. 아련히 묻혀있던 추억속의 나를 재회하게 해주는 소중한 선물로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에서 가슴 편안하게 세상을 보는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눈의 여왕>에서 게르다와 카이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 집으로 돌아 오는 구절입니다. 우리도 이들처럼 순수함으로 되돌아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카이와 게르다는 손에 손을 잡고 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가면 갈수록 온 세상이 초록색으로 물들고 꽃들이 활짝 핀 아름다운 봄 풍경으로 바뀌었습니다. 교회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카이와 게르다는 그것이 자신들이...중략...아이들은 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자신들이 어른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중략...춥고 황량했던 눈의 여왕의 화려한 성에 대한 기억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건 그저 고통스런 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환한 햇살 아래 앉아 큰 소리로 성경을 읽고 있었습니다.
"너희가 아이와 같지 않으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중략...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아이들이었습니다. 바야흐로 따스하고 눈부신 여름이었습니다.











Posted by 빨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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