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후배부부와 점심을 같이하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저와 말도 잘 통하고, 대학교 동아리시절부터 저를 유난히 잘 따르던 녀석이라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후배입니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임신을 한 후엔 아내와 태아에게 유난히 애정을 쏟아 붓고 있는지라 지난 몇달간 만나지 못하고 전화통화만을 해 오던 터라 오랜만에 함께한 시간은 무척이나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점심식사후 자리를 옮겨 차한잔과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서로 풀어 내느라 적지않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고, 임신 7개월째 접어든 제수씨는 친정에 볼 일이 있어 가야한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혼자 보내기가 안 된 저는 후배에게 같이 가라고 했지만 반년정도를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이었는지 자꾸 제수씨에게 차를 가지고 먼저 가있으라고 하더군요. 미안했지만 제수씨도 괜찮으니 조금 더 있다가 오라고 하며 저를 말려서 그러마하고 배웅을 나갔습니다.

제수씨도 오랜전부터 운전을 해서 별 걱정은 없었지만 가만히보니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전벨트를 하라고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말은 전혀 뜻밖의 말이었습니다. 임산부는 안전벨트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헐랭!.
지난번에 단속에 걸렸을때도 임산부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경찰관이 이야기를 했었고, 배에 안전벨트가 걸리면 위험하다고 산부인과 의사가 이야기를 했다더군요. 이거 참, 어의가 없었습니다. 제수씨는 물론이거니와 후배까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 보아선 뭔가 잘못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경찰과 의사 그리고 이나라 법은 무슨 근거로 임산부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잘 못 된 상식이 모르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구요. 과연 임산부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경찰들도 사람들이나 때려 잡을 생각만 하지 마시고 법을 바꾸어서라도 임산부들의 건강과 태아의 안전을 지키는 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임산부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조금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지만 임신 초기와 말기를 제외하곤 '임신중 운전'을 금기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임산부들은 뱃속의 태아 때문에 긴장감과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운전에 꼭 필요한 주의력과 판단력, 기민성 등도 떨어져 일반인보다 불안한 상태인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요즘같이 바쁜 때에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기도 어렵고, 복잡한 대중교통수단에 몸을 맡기는 것 보다 초보가 아닌 어느정도 실력이 갖추어진 운전자라면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직접 운전을 하는 것이 태아와 엄마에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임신주기에 따른 운전

잘 아는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물어본 바로는 임신 초기와 말기를 제외한 3개월에서 8개월까지는 운전을 하여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임신 초기에는 정신적으로 조금 불안한 상태일 수 있고 신체적으로는 태아가 자궁내에 안전하게 착상해야하는 시기여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입덧이 심하다면 구토와 메스꺼움으로 운전중 시야가 흐려지고 주의력이 산만해 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운전을 삼가하는 게 좋다는군요. 임신 중기엔 태아와 엄마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시기이므로 과로한 운전이나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출산일이 다가오는 8개월을 넘어서는 말기에는 신체적인 변화도 크고 가끔 찾아오는 진통으로 인하여 정신적 불안감이 커지고, 신체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므로 무리한 노동이나 과로, 운전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임산부의 안전벨트 착용

임산부들은 불룩하게 나온 배때문에 답답해하거나 태아에게 지장을 줄까봐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운전을 하거나 탑승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통사고 시 안전벨트를 착용한 임신 여성이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보다 태아를 사망 또는 심각한 문제에서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만큼 안전벨트는 임산부와 태아에게도 '생명의 띠'입니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매년 교통사고로 370여명의 태아 가운데 200명이 사망하고 있다며 모든 임신 여성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할 경우 수 많은 생명을 구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임신 20주 이상 태아 1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57건의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안전벨트를 착용한 여성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84%나 태아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사고에 연루된 여성들 가운데 72%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38%의 태아만이 사망 또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마크 펄먼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그동안 안전벨트 착용이 임신 여성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잘못된 믿음 또는 가설을 불식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펄먼은 "태아는 엄마의 모든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자신을 지키는 것이 태아를 지키는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메디칼투데이 기사인용-
안전벨트의 압력이 뱃속의 태아를 조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임산부의 몸 속에는 완충역할을 하며 태아를 보호해 주는 양수가 있어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태아에게 전혀 해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전벨트를 잘 매지 않은 상태로 흔들림이나 사고로 인한 충격 등을 받게 되면 조기 진통, 태반 조기박리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임산부들은 안전벨트를 어떻게 매어야 할까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동영상을 먼저보고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동영상길이가 3분49초로 되어있으나 1분40초에서 끝납니다. 길다고 넘어가지 마시고 꼭 보시길 바랍니다.

동영상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임산부들은 벨트가 불룩한 배 위를 가로지르지 않도록 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벨트가 배 위로 지나갈 경우 심한 자동차 충돌사고 등을 당하면 자궁으로부터 태반이 분리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임산부들은 안전벨트를 맬 때 허리 벨트는 배 아래 허벅지가 시작되는 골반 부위에 걸치고, 상체를 고정하는 벨트는 가슴 사이를 가로지르며 사선으로 편안하게 놓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벨트를 맬 때 조금이라도 불편하다면 시트 위치와 안전벨트 높이 등을 조절해 편한 상태가 되도록 맞추고, 그래도 벨트 압력이 지나치게 세다고 느껴지면 이를 조절하는 보조기구를 사서 써도 좋겠지요. 하지만 벨트길이를 고정시키는 도구를 사용할 경우 벨트를 지나치게 느슨하게 풀어놓게 되어 위기 때 안전효과를 전혀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호주에서 'Tummy Shield'라는 임산부전용 안전벨트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국내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으니 필요하다면 알아 보시면 좋겠네요.

임산부전용 안전벨트 보조기구 'Tummy Shield'



  에어백에도 안전할까?

또 하나 임산부들이 궁금해 하는건 사고시 에어백이 터졌을 때에도 태아가 안전할까하는 문제입니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 혹은 조수석 승객이 에어백과 직접 부딪히는 부분은 배가 아니라 머리 또는 가슴입니다. 따라서 운전자세를 지나치게 앞으로 당겨잡지 않고 에어백의 위치에서 26cm 이상 거리를 유지하게 되면 에어백으로 인해 태아가 더 위험해질 일은 없다고 합니다. 안전벨트를 제대로 맸다면 가슴과 골반이 지지되어 에어백과 배의 직접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없고, 이 경우 에어백은 임산부가 몸에 받는 충격을 분산시켜 주어 태아에게 더 안전하지요. 이를 증명해 주는 동영상을 보시면 더욱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안전벨트 미착용과 에어백이 없을때 사고


안전벨트 착용과 에어백이 있을때 사고


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태아와 임산부 보호에 엄청난 차이가 보입니다.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에어백보다 위험한 것은 운전대의 위치인데, 의사들이 임신 말기의 운전을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이유는 배가 완전히 부른 상태에서 운전자세를 취하면 운전대와 임산부 배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져서 사고 때 태아와 임산부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가 많이 부른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운전을 하게되는 경우에는 운전대의 위치를 최대한 배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조절하고(그렇다고 너무 멀면 곤란하겠지요.),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탈 경우에는 조수석보다 뒷자리에 앉는 것이 안전합니다.

집에 가려는 제수씨를 붙잡고 한참을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물론 지금과 같이 동영상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전에 알고 있던 잘 못 된 상식을 버리고 제말에 따라 안전벨트를 꼭 하겠다는 확답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은 제 후배와 제수씨에게 다시 한번 상기를 시키는 글로 완성이 되면 읽으라고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주위에도 어여쁜 아가를 기다리는 많은 임산부들이 있을 줄로 압니다. 제 블로거 이웃분들 중에도 마인더이트님과 뒷골목세상님들의 경우 아내분들이 임신을 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꼭 안전벨트를 하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왕 시작한 김에 아기들의 안전벨트와 엄마들의 잘못된 운전습관에 대해서도 써 볼 생각입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모든 분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운전을 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빨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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