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존재이지만 '악마'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는  뭇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두려움의 시작이자 惡의 근원이 되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람들은 떨쳐 버리고 악마의 등위에 올라타 두려움을 지배하는 자가 되고 싶은 건지, 언뜻보면 자동차의 이름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악마'라는 이름을 가진 두대의 자동차가 있었습니다.

"Diablo"는 스페인 말로 영어의 "Devil"과 같이 '악마'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아블로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건 람보르기니<Lamborghini>의 슈퍼카 이지만 그 보다 훨씬 이전에 크라이슬러<Chrysler>가 먼저 악마를 탄생시킨 일이 있으며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자동차에는 미묘한 연결 고리가 존재합니다.

** 첫번째 악마, Chrysler Diablo 
자동차 디자인 전문회사인 기아<Ghia>는 1956년 크라이슬러가 선보인 컨셉트카인 다트<Dart>를 기초로 디아블로로 리뉴얼하게 됩니다.

1956년 크라이슬러 다트 컨셉트

크라이슬러의 전설적인 디자이너였던 버질 엑스너<Virgil M. Exner>와 함께 기아가 디자인한 다트는 다른 모델의 풍동실험 중 실수로 차체에 떨어진 잉크가 320Km/h의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자동차로 굴곡이 많이 가미된 전통적인 1950년대의 자동차 모습과는 달리 직선을 강조한 에어로다이나믹한 형상을 하고 있어 1960년대 자동차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기아에서 완성된 다트에 버질 엑스너는 직선을 좀 더 가미하고 당시에 유행했던 테일핀<Tail-Fin>을 한껏 높게 강조하여 사람들은 다트를 '육상에서 달리는 쾌속선'이라고 부를 만큼 새로운 컨셉트 디자인이었습니다.

1957년 크라이슬러 디아블로 컨셉트

테일핀의 높이를 낮추고 리어램프를 변경

1957년초 크라이슬러의 자동차 주행시험장에서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각종 오토쇼에서 인기를 끌던 다트는 다시 기아로 보내져 원래 달려있던 탈착이 가능한 하드탑을 전통적인 컨버터블 형태인 소프탑으로 바꾸고 테일핀을 낮추는 동시에 색상을 강렬한 빨강색으로 변경하여 이탈리안 스타일을 가미하고 이름도 강렬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디아블로로 변경하여 크라이슬러로 돌려 보내지는데, 이는 이탈리아 디자이너와 미국 디자이너의 자존심 경쟁으로 후에 크라이슬러가 람보르기니를 인수한 뒤에도 이어집니다.
크라이슬러 300시리즈의 375마력 V8엔진을 장착하고 1957년 각종 오토쇼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였던 디아블로는 청교도 정신을 가진 미국인들에게 당시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생산모델에서는 디아블로라는 이름을 버리고 원래의 다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30년이란 세월이 흘러 1987년 람보르기니를 인수한 크라이슬러는 쿤타치의 후속 모델에 디아블로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돼 악마는 부활과 함께 당대 최고의 슈퍼카로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 두번째 악마, Lamborghini Diablo 
1985년, 1974년부터 생산되어 인기를 끌던 쿤타치<Countach>의 명성을 이어 받아 람보르기니를 이끌어 나갈 후속 모델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인해 지체되다가 1987년 리 아이아코카<Lee Iacocca>가 이끌던 크라이슬러에 의해 인수되자 후속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돼고 디자인 경합에서 쥬지아<Giorgetto Giugiaro>로와 경쟁을 벌여 이긴 간디니<Marcelo Gandini>는 베르토네에서 쿤타치 디자인을 담당했던 인물답게 디아블로에도 쿤타치의 입김을 많이 불어 넣게 됩니다. 하지만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크라이슬러는 간디니에게 수정안을 요구했지만 폐기시키고 직접 디아블로를 가다듬어 간디니의 디자인에 비해 굴곡이 많이 들어간 스타일로 바뀌게 되니 이탈리아의 예술적 마인드와 미국의 실용주의적 마인드의 충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990년 판매가 시작된 디아블로에는 원래 쿤타치에 쓰였던 V12 5.0리터 엔진을 5.2리터로 튜닝한 엔진을 얹으려고 했으나 라이벌인 페라리 F40를 넘어서는 차로 만들기 위해 V12 5.7리터 엔진을 사용하여 최대출력 492마력에 최고속도 325Km/h를 내며 제로백은 4.1초에 불과하여 1Km를 20.7초에 주파하는 가장 빠른 자동차로 등극하게 됩니다.

악마라는 이름을 가진 두 자동차는 전혀 다른 모습에서 오는 차이와 30여년간의 시대적 차이가 있지만 크라이슬러의 주도아래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태리 디자이너와 미국 디자이너의 자존심 경쟁에서 스타일은 조금씩 변경되었지만 각각이 주는 카리스마는 대단했습니다.

여성적인 이미지의 크라이슬러 디아블로와 강한 남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는 서로 다른 악마의 얼굴을 가지고 동 시대 사람들의 드림카로 자리잡으며, 지금도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Posted by 빨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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