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블로그에서 '위드블로그'를 새로이 런칭했을 때만 해도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단지 호기심으로 베타 테스터를 신청했었고 선정이 되었다는 댓글을 받고도 몇일이나 있다가 등록을 할 정도였으니, 빨간여우의 무식함은 하늘을 찌른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방식의 비지니스 모델이 성공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리뷰어를 신청하려 할 때 가장 눈에 띈 책이 바로 '공황전야'란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읽어 본 경제에 관한 책들은 모두 약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쓴 것들이라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지은이가 글을 쓴 시점보다 읽는 이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해 버린터라 별 도움이 되지 못했던게 사실입니다. 거기다가 하나같이 결론없는 자기의 주장만을 떠드느라 주요한 해결점이나 대처가 미진한 것들 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도 그런 것들 중의 하나려니 했지만 알라딘에서 간단한 책의 소개와 저자 소개를 읽고 뭔가 다른 느낌을 받고 신청해 리뷰어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마치 추리소설의 제목을 보는 것과 같은 '공황전야'는 새까만 표지의 분위기와 '한국경제의 파국을 대비하라'라는 부제로 현 경제상황을 안이하게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섬뜩함을 선사해 주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막상 그들에게 "왜?"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정확하게 그리고 냉정한 시선으로 현 상황을 설명해 줄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제가 이 책을 받아 들고 가까운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현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도마 위에 올라 왔을때 '왜?'라는 물음에 속 시원한 대답을 한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들이 읽는 신문과 잡지 그리고 정확하지 않은 가십성 얘기를 조합하여 각기 다른 논조의 대답을 무책임하게 주장 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인 '서지우'씨는 "왜?"라는 질문에 담담하지만 예리한 논리와 방대한 자료 그리고 경험등으로 중무장하고 읽는 이의 물음에 차근차근 대답을 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불과 십년전에 지금과 똑 같은 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위기를 내적인 요인에서 찾는다기 보다는 외적인 요인에 촛점을 두고 피해 나가려고 한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저자는 우리가 흔히 'IMF사태' 또는 '외한 위기'라고 부르는 십년전의 경험을 '금융공황'이라는 말로 바꾸어 부르며 한국의 내부적인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시작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고, 지금의 위기도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외환 위기'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곪아 온 문제가 '서브프라임 사태'라는 바늘하나로 터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가졌던 경제 상식이 뒤집힌 데에 적지 않은 당황을 할수도 있지만 저자는 예리한 분석을 통하여 읽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뒤떨어진 진단과 처치로 한국은 다른 나라들 보다 더한 고통을 맞게 되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십년전과 똑 같은 경제 수장과 덜 떨어진 대통령 그리고 날림 지식으로 가득찬 국민들에게 경제철학의 부재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과 더불어 현 정부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지적하고 글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경제 철학은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1980년대~1990년대 일본 경제의 철학을 빼다 박았다. 한마디로 시대에 너무나 낙후되고, 신자유주의 정부의 경제관과도 별 상관이 없고, 일본에서도 용도 폐기된 경제 철학인 것이다. 때로는 숫자까지 똑같을 정도라면, 이것은 일본 정부의 그릇된 정책을 대놓고 베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 정도라면 경제의 ‘철학’이 애초에 없는 정부라는 비판을 받아도 반론하기 힘든 지경이다.

본문 32쪽
시대에 뒤떨어진 90년대 일본의 경제 이론으로 무장한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의 큰 틀은 거의 이렇게 될 것이다.

1. 저금리 정책
2. 부동산 개발을 통한 경제성장
3. 기업과 은행의 밀착
4. 시장에 대한 강력한 간섭

그러나 이러한 패러다임으로 한국 경제를 절대 정상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정책은 이미 일본에서도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장기 불황을 가져온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년 전의 경제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21세기형, 그것도 대공황을 뛰어넘을 정도의 세계적인 금융공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떠한 정책을 내놓았을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본문 35쪽

무조건 까대기식 전개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자는 "왜?"라는 질문을 한 사람이 만족할 만큼만 아니라 그 이상의 해답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저자의 경제 지식과 공학박사라는 신분을 한 껏 이용하여 탁월한 논리로 전망을 분석하고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5부에서 보여주는 위기 극복의 해법찾기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우리가 가진 경제 철학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에게도 고민이 있음을 솔직히 토로하고 마침글을 써 내려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그것도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안타깝게도 그런 묘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큰 틀로 보았을 때 두 가지의 핵심적인 정책 방향과 그리고 약간의 대증요법이 결합되어야만 위기들을 큰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다. 앞에서 강조한 것처럼 단기적 고금리 정책 및 스케줄이 잘 짜인 금리인하-재정정책이다. 이것은 결국 ‘기본’에 기반하는 정책이다.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정책도 경제를 살려낼 수 없는 것이다.

본문 399쪽
이 책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기본에 충실한 정책을 단기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어떤 고난을 가져다 줄 지는 명약관화하다. 국민적 지지도가 낮은 정부로서는 분명히 부담스러운 정치적 결단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라의 장래를 좌우하는 위중한 지금의 상황은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가 없다. 은행의 기능이 점점 마비되는 상황에서 이제 선택은 둘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일부 계층만 살리려다 모두 다 함께 죽을 것인가.
이것이 2008년 말 한국인들에게 주어진운명이다.

본문 400쪽

이젠 더이상 무지한 국민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언제까지 정치적 입장만을 표하는 이들에게 끌려 다니며 휘둘려야 할까요?
전문가적인 지식을 모든이가 가지라는 게 아니라 옳음과 그름의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철학이라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애써 외면하며 귀를 닫아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살 것이 아니라면 '공황전야'는 우리가 생각하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줄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빨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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