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어제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하는데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가 '이건희 소장 레이싱카 54억원에 팔려'란 제목으로 저의 눈길을 확 끌더군요. 얼마전 비자금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며 우리들에게 그가 꽤 유명한 미술작품을 많이 수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물론, 부인인 홍나희 관장을 통해서 이지만-알게 해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 수집가<Collector>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잘 없는 것 같더군요. 삼성교통박물관이나 용인 스피드웨이도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 사랑에 대한 산물이고, 지금은 르노 자동차로 넘어간 삼성 자동차를 고집스럽게 설립한 사실은 그가 자동차에 가진 애정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 주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삼성교통박물관은 자동차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다녀오기도 하는데요. 아마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우리나라에 그만한 자동차 전문 박물관이 없기도 하고 아직 클래식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많은 자동차가 있어 저에게는 언제나 큰 동경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부가티<Bugatti>차를 몇대 보기는 했지만 이번에 이건희 회장이 팔았다는 부가티<Bugatti> Type 35B를 본 기억은 없는것 같습니다.

Type 35시리즈는 부가티 에서 생산한 레이싱카로는 가장 성공한 모델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에도 부가티 베이론<Veyron>의 상징이되어 있는 아치형 라디에터 모양을 처음으로 가졌던 모델입니다. 1924년 8월 프랑스 리용<Lyon> 그랑프리<Grand Prix>대회에서 처음 선보인 Type 35는 직렬 8기통 2000cc에 90마력짜리 엔진을 얹고 태어난 이후 35A, 35C, 35T로 계속 진화하여 35B를 마지막 버전으로 Type 37, 39에게 그자리를 물려 주게 됩니다.
Type 35시리즈는 1926년 그랑프리 월드 챔피언쉽<Grand Prix World Championship>에서 첫 승리를 거둔 후 351번의 경주에서 승리를 거머쥐었고 47번의 신기록을 달성하며 약 1000회의 경주에 참가하는 경이적인 성공을 이루어 2차세계대전 이전<Pre-War>의 레이싱카로는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타르가플로리오<Targa Florio>대회에서는 1926년부터 1929년까지 연속 5년 동안 1위의 자리에 오르기도 합니다.
Type 35B는 35시리즈의 가장 마지막 버전으로 원래의 모델명은 Type 35TC였습니다. 이는 35T의 2.3리터 엔진에 35C의 슈퍼차저를 장착하여 생긴 이름으로 35시리즈 중 가장 강력한 130마력의 힘을 가지고 1929년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승리를 이루게 되며 45대의 35B가 생산되었습니다.
이번에 이건희 회장이 판매한 Type 35B는 이전에 두명의 자동차 수집가를 거쳤지만 상태는 최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중에 생긴 약간의 상처를 제외하고는 공장에서 첫 출고할때의 부품과 차체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2차대전 중에 중립국인 스위스에 보관되어 전쟁으로 인한 어떠한 피해도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Type 35시리즈 중 가장 높은 가격인 250만 파운드(한화 약 56억원)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많은 자동차 수집가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차이기도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다른 35B가 2008년 RM옥션사의 리스트에서 $175,000-$220,000으로 가격이 올라와 있지만 거래가 이루어 지지는 않았던걸로 알고있어 더욱 놀라울 따름입니다.
가구와 장신구 디자이너인 아버지와 다양한 직업의 예술가 가족들 사이에서 태어난 Ettore Bugatti는 자동차를 단순한 쇳덩어리 운송 수단에서 탈피하여 예술적 가치를 불어넣어 이후에도 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가장 위대한 제작자였지만 1947년 타계한 후 별다른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쇠락해 1956년 끝내 생산을 중단하게 되고 Type 35시리즈에서 거세게 불타 오랐던 영광도 이후 Enzo Ferrari에게 넘겨 주게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있었고 마침내 1991년 이태리 사업가 로마노 아르티올리<Romano Artioli>에 의해 부가티가 부활하게 되지만 다시 1998년 폭스바겐<Volkswagen>에 인수되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인 베이론을 내놓기 이르게 됩니다. 부가티가 예술적인 혼을 자동차에 부여했듯이 새로운 부가티의 미래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 기대가 됩니다.



Posted by 빨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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