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이기주의 그리고 물질만능사상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에둘러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늘을 가리는 빌딩의 숲속에서 나지막히 햇빛조차 받지 못하고 빌딩의 그림자와 함께 인생의 그늘이 깊이 패인 주름에 영글어 있는 고단함을 가진 사람들,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일이 하고 싶지만 변변한 직장도 없고 그렇다고 간단한 장사 조차도 힘든 3세계 국가의 사람들등 가난과 빈곤은 더욱 깊어 가고 있지만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그들을 죄악시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 세대가 경험하지 못해 실감은 못하지만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빈곤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은 지금 추억이 되었고 우리 다음 세대에겐 흔적없는 발자취일 뿐입니다. 우리 모두는 빈곤과 가난에 대하여 엄청난 거부감과 다시는 빠져 들고 싶지 않은 수렁텅이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풍요의 시대에 빈곤층은 더욱 늘어 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신빈곤층'이라고 불리우며 가진 자들은 암적인 존재로만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있는 자와 없는 자들을 연결시켜 그 차이를 없애기 위한 노력은 시대별 상황에 맞추어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 노력만큼이나 만족만할 결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로 끝난 경우가 역사적으로도 허다합니다.

19세기경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모든 영국인들이 잘 살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자가 급속도록 느는만큼 빈민들도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영국정부에서는 '빈민구제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비용이 커지게 되자 의회에서는 빈민구제를 중단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이 빈민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 빈민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라는 경제학자는 그런 주장에 반대하며  "아무리 힘이 없고 그 수가 적은 빈민이라 할지라도 그들 역시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빈민구제에 국가와 있는 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밀이 벤담의 '공리주의 철학'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이렇듯 빈민구제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그 효율성에 대하여 많은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

<블루 스웨터>는 저자인 재클린 노보그라츠<Jacqueline Novogratz>의 체험에 바탕을 둔 빈민구제 사업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빈민들이 처한 현실과 더불어 이들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용기 있고 가치 있는 것인가를 전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자서전을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 절대 풀어 볼 수 없는 선물상자를 겉에서만 판별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입니다. 한번은 한 정치가의 자서전을 선물받아 읽다가 더러운 자기 미화의 말만 계속되길래 몇장 읽다가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 재클린은 자신의 삶에 조명을 비추기 보다는 그녀에게 도움을 받아 삶에 희망을 가지게 된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책속에서 담담하게 풀어 나갑니다.

그녀의 구호사업과는 거리가 있을 것같은 <블루 스웨터>라는 제목은 그녀가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모든 것들이 담긴 상징적인 의미입니다. 저자가 고등학교때 어떤 일로 버린 파란색 스웨터가 10여년뒤 지구 반대편인 르완다의 한 곳에서 한 소년이 입고 있는 걸 발견하고 모든 세계인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이웃임을 경험하게 되어 저자가 구호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녀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은 전도유망한 금융가로서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꺼리는 제3세계 구호사업에 뛰어들어 수많은 업적을 세워 나갑니다. 돈과 빈곤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그녀가 생애를 바친 구호사업은 물고기를 잡아 나눠 주는 역활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하여 각각에게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이루게 하고 고용을 늘려나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 언급된 두테림베레, 블루베이커리, 어큐먼펀드등은 그녀가 이룩한 수많은 업적들중 겉으로 들어난 일일뿐일 것입니다. 그녀가 완성시켜 나가려는 일은 모든이가 함께 어울려 살아 가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호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세계인이 깨닫게 하는 작업일 것입니다. 전혀 다른 풍습과 생각을 가진 이들과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고 좌충우돌하며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이야기엔 정작 저자의 이야기보다는 함께하고 노력과 열정의 땀을 공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서술하고 있어 더욱 공감이 갑니다.

우리는 종종 기업이 거둔 이익을 사회로 환원한다는 이야기를 메스컴을 통해서 듣곤 합니다. 기부와 자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들이 있기에 저자도 각종 사업을 펼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주면 그만이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자원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난은, 빈곤은 부유함에 필연적으로 따라 다니는 현상입니다. 그것이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외면한다고 없어 지는 것이 아니라 부를 가진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 보아야 할 상대일 것입니다. 죄도 아니고 동정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결여된 한국사회에서 빈곤이 관심의 덕목으로만 생각돼 있지만 저자와 같은 사랑의 관심이 있다면 세상은 변화의 시작을 알려 줄 것입니다.

어학연수 갔다와서, 사회봉사 점수 따고, 적당히 괘찮은 직장을 얻어 애낳고 살다가 병들어 죽는 삶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주식이나 부동산등으로 재테크하는 방법을 써놓은 책이 알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치있는 삶을 살아 보려 고민한다면 <블루 스웨터>는 여러분들에게 참 된 메시지를 전해 주리라 생각됩니다. 모두가 구호사업에 뛰어 드는 것만이 가치있다는 건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숨쉬는 것들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손에 손잡고' 자신의 꿈을 세상의 꿈으로 만들어 보려는 생각이 있다면 저자 재클린 노보그라츠의 삶에서 한번쯤 나자신의 미래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어 금(金)으로만 지향한 삶의 후회를 줄일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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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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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3 22: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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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들렸는데, 님도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셨나봐요. ^^
    수퍼맨 복장을 볼 때면 여기 대문이 가끔 떠올라요. 후훗...
    제가 때를 잘 맞춰서 왔군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시간 내서 꼭 읽어봐야겠어요.
  2. 2009.06.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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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3. 2009.06.26 0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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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우...이제 댓글 쓰기도 힘드네요...ㅋㅋ
    너무 인기 쟁이!!!
  4. 2009.07.05 07: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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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왔더니 어려운(?) 내용이네요. 그냥 자동차 이야기나 하나 볼까 하고 들렸는데...ㅎㅎㅎ;; 아무튼 그래도 그 어려운 내용을 끝까지 읽어보고 나갑니다. ^^ 잘 계시겠지요? ㅎㅎ
  5. 2009.07.05 20: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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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7월 6일날 군입대 합니다.

    나중에 휴가오면 다시 뵐게요.
  6. 2009.07.10 11: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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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우! 오랜만 입니다.
    저 역시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7. 2009.07.29 08: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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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딜 가셨나이까~~~~~~~??
  8. 2009.09.10 13: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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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동면에서 깨어날 시간입니다^ㅡ^ㅋㅋ

    저도 지난주에 해동되었다지요 ㅡ.ㅡ;;

    조만간 다시 뵐 날이 오겠지요^ㅡ^!!
  9. 2009.09.16 01: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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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이야기 이후 다시 들려보네요 ^^
    간만에 좋은 글 읽고 갑니다~
  10. 2009.09.21 01: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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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월의 공백이시군요.. 기다리는 중입니다..언제쯤..흑.... 보고 싶어요 빨간여우님
  11. 2009.09.25 01: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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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바쁘신가요?
    혹시나 해서 가끔 와보는데 아직도 동면 중이시네요.
    빨간여우님의 자동차들이 보고 싶어요~~
  12. 2009.10.08 10: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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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13. 2009.11.27 22: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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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는데 빨간여우님께서도 잠수를 하셨는 것 같네요...ㅋㅋ
    다시 이렇게 보니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올께요...^^
  14. 2010.01.05 20: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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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빨간여우님, 업데 정말 안하십니다.^^
  15. 2010.01.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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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16. 2010.04.01 15: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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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있는 삶에 대한 고민이라..
    삶이 바쁘다고... 책을 손에서 논지가 언젠지..^^;;

    반성해야 겠네요
  17. 2010.04.16 04: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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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블루스웨터의 털실처럼 연결되어 있을 사람,지구,그 모든 것들..에 대한 사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8. 2010.05.28 11: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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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미드에 빠져...

    편안한 자세로 책에 빠져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

    덕분에 주말에는 오랜만에 독서를 좀 해볼까 합니다.
  19. 2012.12.29 16: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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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깨끗하고 아름다운 스타일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내용을 - 다른 사이트 소유자가 모델로이 사이트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해. 이 주제에 전문가입니다!
  20. 2012.12.29 16: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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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원래 새로운 피드백이 지금은 같은 댓글과 네 이메일을 주석이 추가 될 때마다 추가 - 확인란하고 때 - 알림 나를 클릭 댓글을 달았습니다. 해당 서비스에서 저를 제거 할 수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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